[글쓰기 연습] 이방인

Posted by 정보큐레이터
2019.04.04 02:10 구글 애드센스/글연습

[이규태코너] 이방인 - 발행일 2004.3.11

"오늘 어머니가 죽었다" 로 시작되는 카뮈의 '이방인' 에서 주인공 뫼르소는 양로원으로부터 어머니의 죽음을 통고 받고 가선 어머니의 얼굴을 보려하지도 않고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 상복을 입지도 않고 이튿날 희극영화를 보고는 여자친구와 러브호텔에 든다. 젊었을 때 이 '이방인' 의 첫머리만을 읽고도 들고 있던 그 책을 반사적으로 이불 속에 감추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도 보는 이 없는 방인데도 나의 마음 깊은 구석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본심을 발각당한 데 대한 조건반사였을 것이다. 여러사람이 어울려 사는 사회가 요구하는 관례 · 연기 · 가면 · 거짓으로 살아온 겉의 나, 그 나와는 다른 이방인을 내 속에서 발견한다는 것은 여간 충격이 아니었다. 곧 어머니 장례에 슬퍼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관례에 반항했으며, 사회가 강요하는 가면을 거부하고 실속은 그러하지 않으면서 그러한 체하는 연기를 거부한 바로 그 이방인이 내속에 도사리고 있음을 은폐하고 싶었던 것이다.

세대구분을 할 때, 내 속에 있는 그 이방인을 의식 못하고 살아온 구세대와 이방인을 발견하고도 사회와 거짓으로 조화시켜 남 나름으로 살아온 중간세대, 그리고 이방인을 내세워 기존 관행에 충돌하며 내 나름으로 사는 신세대로 구분할 수 있다. 구세대에게 있어 카뮈의 '이방인'은 불에 태워버렸어야 할 인간 말세의 책일 것이고, 중간세대에게는 두개의 나를 발견시켜 주긴했지만 그 안에 이방인이 숨쉬고 있어 책장에 꽂아 두기에는 민망한 그런 부류의 책이었다.

한 문학잡지에서 국내 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소설로 카뮈의 ' 이방인' 이 선정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내 속에 갇혀 있으면서 뛰쳐 나오길 망설이고 주저해 왔던 이방인들이 거리낌없이 나의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소설 '이방인' 에는 사건은 있지만 나와의 관련은 거부한다. 뫼르소가 해변에서 아라비아 사람을 쏴 죽였으면서 태양 탓으로 돌리는 것 등이 그것이다. 요즈음 상식으로 해석이 안되는 범죄 사건들이 양산되고 있어 수사진을 골탕먹이고 있는데 바로 이방인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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