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가축 복지학

Posted by 정보큐레이터
2019.04.05 02:13 구글 애드센스/글연습

[이규태 코너] 가축 복지학 - 발행일 2004.3.12

온 세상을 공포의 회오리 속에 몰아넣고 있는 조류독감이나 돼지 콜레라가 밀집사육에 의한 스트레스의 부산물이라는 학술적 연구가 대두된 지는 오래며, 조류독감의 공포속에서 미국 시사잡지는 동물 심리를 연구하는 가축복지학이 각광받고 있다는 보도를 했었다. 지난주 서울에서도 동물복지에 관한 심포지엄이 있어 도살 전 48시간 동안 그 가축이 어떤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는가로 그 육질이 어떻게 달라졌는가가 발표되기도 했다. 곧 조류독감은 인간의 동물학대에 대한 문명사적 반동이라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늦가을 뜰에 서 있는 시든 해바라기를 치우던 할머니는 베어 없애지 않고 씨앗일랑 따서 기름을 짜고 대에서는 실을 뽑아 감아두었으며 제릅을 잘라 선반에 얹어 놓는 것을 보았다. 병아리가 다쳐 다리를 절면 할머니는 이 해바라기 제릅을 대고 해바라기 줄기실로 칭칭 감아 해바라기 기름으로 칠을 하는 해바리기 깁스로 재생시키게 마련이었다. 비단 병아리 아니 패랭이 꽃대가 바람에 꺽여도 해바리기 깁스로 되살려 놓던 할머니다. 조문효도라 하여 아버지나 할아버지 방에 벌거벗고 누워 빈대, 벼룩, 모기를 유인해서 피를 빨리게 해 배를 불려 놓음으로써 물것으로부터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구제하기도 했다. 물것의 생명까지 아낀 전통 동물휴머니즘이 아닐 수 없다.

황희 정승이 적성 훈도였을 때 누렁소 검정소 두 마리로 밭을 가는 노인에게 어느 소가 더 밭을 잘 가느냐고 물었더니 이 노인이 가까이 다가와 귀엣말로 우열을 알렸다는 고사는 유명하다. 이는 소라는 축생에게까지, 들어서 섭섭한 말을 삼갔던 우리 조상들의 가축 복지의 개연성을 말해주는 것이 된다.

며느리 얻을 때 그 집의 소나 돼지 닭이 잘 되는 집인가 아닌가 여부로 고르면 틀림없다고 여겼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죽 했으면 한 집에서 더불어 먹고 사는 동물을 사람이나 짐승을 가리지 않고 생구라 불렀을까. 이 동물휴머니즘의 전통을 찾아 현대에 접목해 우리 정신문화를 만방에 과시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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