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촛불

Posted by 정보큐레이터
2019.04.08 00:59 구글 애드센스/글연습

[이규태코너] 촛불 - 발행일 2003.3.17

제사 지내기 전 촛불 들고 문밖에 나가 혼령을 모셔들이고 제사가 끝나면 촛불을 들고 문밖에 나가 혼령을 배웅했다. 이처럼 이승과 저승, 현세와 초월계, 유명간을 연계시키는 매체가 촛불이다. 그리스도교에서 초는 그리스도의 성체요 초를 태우는 심지는 그 혼이며 불꽃은 신성으로 해석된다. 수십년 전 수천 수녀들의 촛불예배에서 바로로 6세의 설교가 인상적인 것은 촛불이 방사하는 신성의 뒷받침 때문일 것이다. 

'촛불의 미학' 에서 바슐라르는 촛불을 인간의 내면에서 절망과 체념이 생명을 서서히 소진시키는 과정으로 보았다. 2차대전 말 나치의 유태인 강제 수용소에는 크리스마스 이전에 종전이 되어 수용 유태인이 석방될 것이라는 소문이 끈질기게 나돌았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신년이 지나도 패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수용 유태인들은 가스실에 실려가기 이전에 그 절망으로 죽어 나갔다. 60대의 할머니는 어디선가 초 토막들을 주워와 불을 켜고 담요를 둘러쓴 채 그 촛불을 응시하는 것으로 삶을 확인하며 연명하고 있었다. 어느날 기척이 없어 담요를 벗겨보니 촛불은 닳아 꺼지고 할머니는 눈을 뜬 채로 굳어있었다고 이를 목격한 정신의학자 프랭클이 써 남겼다. 이처럼 촛불은 고독하게 쇠진하는 생명의 반영으로 정신사에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복수의 촛불이 상징하는 바는 달랐다. 유럽에서 만성절 전야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촛불을 켜들고 몰려든다. 밤새워 촛불 들고 마을 들녘과 뒷산을 헤매는데 촛불이 꺼지면 불길하고 내내 꺼지지 않으면 마녀의 해꼬지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알았다. 이처럼 촛불의 집단행위는 악령을 쫓거나 카톨릭의 촛불미사에서 보듯 그리스도를 가까이 하는 집단의식이었다. 또 이심전심 공감표시로 촛불을 켜기도 했다. 덴마크에서 독일의패망으로 2차 대전의 종전이 방송되자 아무도 시킨 사람 없는데 집집마다 창가에 촛불이 켜졌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다. 당국이 탄핵규탄 촛불 야간 시위를 불법으로 단속한다 하여 그 내력을 살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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