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컬럼 베껴쓰기-러시아의 종이접기

Posted by 정보큐레이터
2019.04.10 02:22 구글 애드센스/글연습

[이규태코너] 러시아의 종이접기- 발행일 2004.3.22

중국에 종이접기를 뜻하는 절지란 말이 없지 않으나 종이공예가 아니라 관련자 외에는 보지 못하게끔 접어 봉하는 공문서를 뜻한다. 유럽이나 미국의 초등학교들에서도 종이접기를 하긴 하는데 색종이를 가위로 자르고 풀칠하며 덧붙여 만든 환원 불가능의 조형인 점에서 우리나라 종이접기와 원천적으로 다르다. 대체로 손가락이 굵은 서양사람들에게 손재간이 날렵해야만 하는 종이접기는 낯선 이질문화다. 청나라 때 베이징에 사신 길 가면 옥하권이라는 외교관 숙소에 머물게 돼 있는데 하인들은 바로 이웃에 유숙한 아라사 하인들과 곧잘 어울렸다 한다. 이들은 실뜨기로 내기를 하고 소일했는데 조산 하인들에게 털려 징징 울며 뒤따라다니곤 했다는 기록이 있다. 손놀림에는 한국사람 당해낼 어떤 민족도 없는 것이다.

그 러시아에 일본 종이접기인 오리가미가 선점해 판을 쳐왔는데 뒤늦게 들어온 한국 종이접기가 실지를 회복 지금 모스코바에서 전시회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종이접기와 오리가미가 어떻게 다르며 러시아 사람들과 어떻게 영합되고 있는 걸까. 오리가미는 일본 샤머니즘이나 신도에서 이승과 저승의 교통수단으로 발생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래서 오리가미의 조형은 종이학이나 넋 실은 배 같은 유명 간의 교통수단이 주종이요, 따라서 조형이 동적이다. 한데 한국의 종이접기는 왕가 불가 무가에서 발달한 조화가 뿌리인지라 조형이 정적인 것이 대조적이다. 오리가미는 수직수평 직각으로 평면을 분할하기에 조형이 반듯 반듯 기계적이고 대칭적인 틀을 못 벗어난다. 이에 비해 종이접기는 꽃잎 하나 하나가 같지 않을 만큼 틀을 깨는 데포르메를 자유자재로 하여 생명력과 예술성을 담을 소지가 무궁무진하다. 망령이 무지개 타고 오른다는 종이접기 작품 '꽃등' 이 뉴욕에서 전시됐을 때 미국 신조형주의자들을 모두 끌어모았다는 후일담도 있듯이 종이접기에는 생명력이 기생할 여지가 풍부하다. 이 생명력이 은연중에 러시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으며 손수 접어 선물하는 이심전심 종이접기가 유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다. 세계화는 이렇게 작은데서 서서히 이뤄져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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